40대 자폐 오빠 트위터 썰
탐라에 자폐 형제를 둔 사람들 이야기 돌아다니는거 별로 말 얹고 싶지는 않지만 저 사람들이 저런 글을 쓸 수 있는거도 결국 본인은 형제일 뿐이지 부모, 특히 엄마가 아니기 때문임 (우리 엄마가 나한테 말). 우리 오빠는 40대에 접어든 건장한 성인 남자 자폐 1급인데 나라고 할 말이 없겠냐고
솔직히 뭐 내용 자체가 전부 다 새빨간 거짓이다 이런 말은 하지 않겠음. 근데 맞을만 하다 그런건... 당신 형제가 그런 일 실제로 당해도 그런 소리 했으려나? 우리 오빠가 몇 년 전에 시설에서 반복적인 상습구타를 당했는데 이를 보다 못한 공익근무요원의 신고로 시설장이 감방에 갔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시설은 폐쇄되서 오빠는 집에 왔는데 온 몸에 멍 투성이에 한동안 다리를 절고 다녔고 머리에도 큰 혹이 있었다고 함. 공익이 동영상을 찍어서 기자에게 제보한 탓에 전국 뉴스도 타고 덕분에 장애인 인권단체, 구청 담당자까지 만나야 했는데 이게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잖아요?
보통 중증자폐인이 폭력성 있는거 맞고 우리 오빠도 그러함. 근데 갑자기 폭력적이 된다 그런게 아니고 그걸 트리거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걸 자극하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임. 무엇이 트리거인지는 사람마다 다른데 우리 오빠의 경우 자기가 가지고 싶은거를 못 가지게 하는게 트리거임
오빠가 가지고 싶은거 = 집착하는거인데 오빠의 경우 공, 시계, 그리고 요상하게도 종이박스. 그리고 우영우에도 나오는 바와 같이 우리 오빠도 소리에 민감함. 그래서 누군가 안 된다고 하며 막 소리 지르며 혼내면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제압할 수 없는 수준이 됨
그리고 우리 오빠는 누군가 자기에게 화를 내면서 소리치면 웃으면서 소리를 지름. 아마 일반인이 보면 미친놈이라고 하겠지만 이건 오빠 나름대로의 상대방의 화를 누그리뜨리러 하는 행동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오빠의 행동이 오빠가 시설에서 더 맞게 되는 이유가 되었겠지만.
장애인 보호시설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돌아다니는 글에 나오는 시설은 진짜 소위 버리러 가는 곳이 맞고 보통 죽어야 나올 수 있는 곳 맞음. 엄마는 오빠를 그런 곳에 안 보내려고 시설에서 교육도 시키고 잘 해준다 하는 곳을 찾아서 보냈는데 결국에는 구타 사건으로 인해 시설은 폐쇄된거고
그리고 중증자폐인의 실상은 이러니 우영우는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보다는 중증자폐인 가족의 실정이 이러하여 개인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국가 수준에서의 정책적인 지원 확대가 절실합니다 이게 더 생산적인 논의인거 같은데 안 그러나?
우리나라 지적장애인 관련 정책이 30년전보다 좋아진건 사실인데 중증도의 지적장애인은 진짜 갈 곳이 없고 오롯이 가족들이 그 짐을 부담해야 하는거는 사실임. 부모 중 한 명이 전업으로 전담 케어 가능해야 하는거도 맞고 교육비도 꽤 많이 들어가는 것도 맞는데 이것도 그나마 자리가 없음.
우리 오빠는 운이 좋게도 엄마가 특수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걸 알아오셔서 특수학교에 들어갔는데 이것도 대기번호 받고 1년 있다가 들어갔음. 이것도 오빠가 중증(1급)이라 빨리 들어간 경우고 일반적으로 대기 걸어놓고 3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음 (물론 이것도 20년 전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 전에는 그냥 복지관을 전전하는 신세였는데 특수학교 들어가니까 그나마 20대 중반까지는 커버가 되었고 (늦게 들어갔고 2년제 대학코스도 있었으니까) 20후반이 되며 헬게이트가 열렸음. 엄마는 오빠를 소위 그룹홈이라는 곳을 보내고 싶어했는데 이게 뭐냐면 일종의 장애인 생활 공동체임.
이것도 엄마가 오빠 학교 어머니회 같은거를 하면서 부지런히 얻어온 정보에 의해 가능했던 일이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그룹홈에서는 오빠를 받아주지 않았는데 오빠가 너무 중증이라는 이유였음. 그룹홈들 대부분은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되는 정도의 장애인을 원했는데 우리 오빠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다 정말 운 좋게 한 군데를 찾아서 보냈는데 오빠 교육비 명목으로 온갖 종류의 돈을 요구하였음. 하다못해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아직도 어이 없엌ㅋㅋ) 돈 보내라 이번에 소풍을 가니 후원금을 내라 등등 인데 따지고 보면 전부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불법"인 행위였음.
오빠는 국가에서 생활비/교육비 명목으로 나오는 돈이 있고 이건 오빠가 그룹홈에 있다고 등록되는 순간부터 그 쪽으로 자동으로 가게 되는 돈인데 쉽게 말해 돈을 더 내 놓으라는 거였음. 나중에는 오빠 명의의 장애인연금통장을 달라고 하고 아예 주소지도 거기로 이전하라고 하더라 ㅋㅋㅋ
오빠는 여기서 10년을 버텼지만 결국에는 여기서 쫓겨나게 됨. 오빠가 시설에서 쫓겨나는 이유는 단순함. 말을 안 듣고 고집을 피우는데 여기서 화를 내며 다그치면 오빠는 더 폭력적이 되니까. 그리고는 3개의 서로 다른 시설에서 한 달 머물고 쫓겨나고를 반복하다가 간 곳의 문제의 그 시설임.
거기서 결국에는 죽도록 맞다가 시설이 폐쇄되며 또 다른 시설에 갔는데 거기서도 몇 달 만에 쫓겨남.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오빠보다는 좀 경도의 장애인을 원했고 오빠처럼 손이 많이 가는 중증장애인은 결국 "죽으러 가는" 시설 또는 정신병원 말고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나마 그 죽으러 가는 시설도 구청에 등록하고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얼마전에 등록하러 가셨는데 등록 서류 제출하며 우니까 구청 직원이 보통 중증장애인이 30대 정도 되면 부모님들이 다들 울면서 어쩔 수 없이 등록하러 오세요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시고 힘내세요 어머님 그랬다네
하지만 엄마는 오빠를 절대 거길 보낼 생각이 없으시고 어떻게든 자기가 될 때까지 보듬고 있겠다는 생각이시고 엄마왈 나 죽고 나면 너는 한 치 걸러 형제인지라 절대 오빠를 데리고 있을 수 없다고 그 때는 그냥 보내라 며 등록해 놓으신거라고 함.
영화 말아톤에서 어머님이 초반에 한 대사가 난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건 바로 내 소원은 내 아들이 나보다 먼저 죽는 것이다 였고 이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임. 왜냐면 가족말고는 중증자폐인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시스템도 시설도 정말 너무너무 없기 때문임...
오빠 나이가 40에 가깝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의 지난 (적어도) 30년간의 중증지적장애인 복지 및 인식 변천사(?)를 몸소 체감(?) 할 수 있었는데 30년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나아진 거도 사실임. 적어도 이제 이게 미친게 아니고 장애라는 인식은 생김 (아 이걸 좋아해야 하는건지...)
복지관, 특수학교, 장애인 관련 시설들도 30년 전보다는 훨씬 많이 생긴것도 사실임. 하지만 그것도 여전히 10-20대초까지만 허용될 뿐 20대 중후반을 넘어간, 성인이 된 중증지적장애인은 여전히 갈 곳이 없는 것도 사실임. 이게 하루 아침에 좋아지는거는 아니니 차차 좋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사족이지만 전국의 장애인 시설들 장애인으로 돈장사 좀 고만해요 ㅡㅡ 오빠가 간 곳이 또 하필이면 다 특정종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이었는데 (엄마 말로는 대부분의 시설들이 특정종교에서 많이 운영한다고 ^^) 돈 밝히는거에 지긋지긋해서 종교도 바꾸셨답니다 ㅡㅡ
특히 그 우리 오빠 죽도록 팬 (우리 오빠 말고 다른 장애인들도 팼다죠) 그 시설장 놈은 끝까지 오빠를 위해 기도하겠다느니 아버지 어쩌고 개소리를 ㅋㅋㅋ 이제 더 이상 장애인 관련 시설 운영은 못하시지만 종교 활동은 열심히 하고 다니신다던데 진짜 토나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