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이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대충 28년을 혼자 해먹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이 독재자 아재가 뜬금없이 2019년 퇴직을 선언하고 후임으로 오신 분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a.k.a. 바지사장)
물론 바지를 앉혀놓긴 했지만 누르술탄은 여전히 집권여당 대빵을 비롯한 각종 고위직을 겸직하며
수도 이름까지 자기 이름으로 바꾸는 등 실세만땅 상왕으로 재미나게 살고 있었음
그러던 2022년 1 월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터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가 LPG 상한가를 인상하고 보조금을 폐지해서 연료값이 2배 넘게 뛴 게 발단이었지만
30여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독재정권의 비민주적 행태와 인권탄압, 부정부패, 빈익빈 부익부 심화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곪다가 터진 격이라고 할 수 있음
시위대는 규모가 커져 천 명이 넘었고, 여당 당사에 불을 지르는 등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카자흐스탄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응 러시아군 공수부대 투입
결국 약 열흘만에 사망자 200여명, 체포 12,000여명으로 시위를 "진압"해 버림
물론 이 과정에서 사태가 악화되자 상왕 누르술탄이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벨라루스로 빤쓰런하는 등 약간의 성과는 있었지만
뭔가 국민의 열망이 나라를 뒤바꾸는 성공적 "혁명"으로 인정할 만큼 만족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어 보였음
그리고 약 두 달 후
"국민 여러분, 새 개헌안을 발표합니다!"
"??? 또 뭔 개수작인데?"
"아이 참 속고만 사셨나 ㅎㅎ 일단 한번 보시라니까요?"
놀랍게도 토카예프가 내놓은 개헌안은
- 대통령 권한 축소(전현직 대통령의 집권여당 겸직 금지 등)
- 입법권을 하원에 일임하고 상원 권한 축소
- 야당의 의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선거법 개정
- 시민단체의 역할 및 언론의 자율성 확대
- 인권과 기본권 강화를 위한 헌법재판소 신설
- 지방분권 도입, 대통령이 임명하던 지방 수장들을 선거로 선출하는 지방선거제 도입
기타 등등이 포함된
구소련 출신 그저 그런 독재국가(였던 곳)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대격변 선언이었음
간지가 철철 흐르는 카자흐스탄 제2공화국의 공식 표어는 무려
"발전을 위한 단결"
토카예프는 국민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국민 여러분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독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함
6월 실시된 국민투표는 최종 77% 찬성으로 가결됨
최근 토카예프는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제에서 7년 단임제로 단축하고
정계개편을 위해 2024~2025년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선과 총선을 조기에 치르는 것을 제안함
그리고 지난 1월 시위 때 구금 및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을 모두 사면 조치함
과감하기 짝이 없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표방한 대통령의 결단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