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이게 절반정도 치운 모습입니다.
지난 1년간 안좋은일만 겹쳐 마음이 병들었던건지 청소도 안하고 매일 술담배에 쩔어 지내다가 이사할 때가 되어서 치우는데 참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네요.
이제 새롭게 시작해볼까 해요.
최근 저는 매일매일이 추운 겨울이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때마침 할 수 있는것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극단적인 생각도 안한건 아니지만, 그때마다 집에서 저를 걱정하시는 엄마아빠의 얼굴이 떠올라 울면서 술을 더 들이붓곤 했죠.
이제 저는 웅크렸던 마음도 깨끗하게 닦아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려합니다.
꽃은 지더라도 봄은 오는거니까요.
웃대인 여러분,
세상에는 저처럼 한심하고 쓰레기같던 인간도 있습니다.
나이 서른에 집에 돌아올 차비가 없어 4시간을 걸어서 돌아오고
밥먹을 돈이 없어 동전을 모아 라면을 끓여먹고
친구들에게 빌붙어 하루를 보내기도 했어요.
밥은 챙겨먹냐는 엄마의 문자에는 구글링으로 주운 삼겹살 구워먹는 사진을 보내며 라면을 먹었고
아픈데는 없냐는 아버지의 전화에는 아주 쌩쌩하다며 웃어넘기고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는 다시 싸구려 진통제와 소주로 아픈 허리를 붙들었죠.
이젠 저도 바뀌어보려구요.
하늘로 다시 돌아가는 날, 남은 사람들의 기억에 "한심하고 쓰레기같았던 산소 낭비 전문가"가 아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게 살다간 인간"으로 남는게 좋잖아요.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저같은 인간에게도 기회라는 것이 주어졌고,
그렇기에 저는 다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제야 저는 옷을 갈아입고 굳게 잠가버렸던 마음의 문을 열어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웃대인 여러분,
만약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주실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해진 와중에도 저를 웃게 해주신 많은 웃대인 여러분에게도 멋진 봄이 찾아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출처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1184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