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두 번 망한 자영업자
0
245
0
2023.07.17
다음 페이지
이전 페이지
나는 안경사야
그리고 나는 내 나름대로 양심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야
나는 청주 사직동에서 처음 내 가게를 차려서 했어
그냥저냥 잘 살아왔는데 몇년을 미루어오던 재개발이
동서남북으로 되면서 5월 말쯤 철거하고 폐업했어
그리고 이사간곳은 청주시 강내면이야. 오송이랑 가깝지
집이랑도 가깝고 크게할생각도 없었기에 없는 살림에
아버지랑 나랑 둘이 전기공사 다하고 몸으로 때웠어...
그래서 이전 가게 할때보다 훨씬 저렴하게 차릴수 있었어.
기계도 물건도 어느정도 다 갖고왔었으니까.
이전 가게에서 갑작스런 재개발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굉장히 힘들었어..
부모님께 손도 많이 벌렸지 정말 죄송하게도..
아무튼 그렇게 오픈한게 6월 9일이야.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
많이 힘들어하던 아들을 걱정하던 부모님도 한시름 놓았고
아내도 1월쯤 임신 성공해서 정말 꽃길만 남았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제주도 한번 못가본 어머니.
일때문에 한번 갔다오신 아버지.
출산을 앞둔 아내.
그래서 아직 오픈 초반이지만 9월에 제주도 비행기랑 숙소도
다 예약해서 축제분위기였지.
그리고 어제...15일...
자는데 오전 8시쯤 건물주 사장님이 전화가 왔어.
비가 많이 와서 차단기 내려야하니 문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그리고 한번 와보라고..그때까진 상상도 못했어.
갔더니..가게 앞은 이미 허벅지까지 차 올랐고
가게 안은 다행히 발목정도 찼더라구....
허겁지겁 안에 들어가서 비싼 장비들 위에 올려놓고
갖힐까봐 서둘러 일단 나왔어.
원래 상가 위쪽으로 옮겼어야 하는데 장비도 너무 무겁고
물살도 쎄고 너무 빨리 불어나고 있고 옆쪽으로 가려고 해도
이미 물이 허리츰까지 차서 갈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허무하지만 포기하고 나왔어.
그 사이 물이 너무 불어나서 온길로는 못가고 차선들은 통제되고
집으로 돌아가는것도 힘들더라....
그리고 우리집 앞 사거리에서 가게로 향하는 길이 다 침수되었고
내가 할수있는건 제발 기계만은 멀쩡하길 비는 수밖에 없었어.
저녁에는 그냥 강내면 검색해서 뜨는 뉴스들 보면서
우리 가게 앞에 보트타고 지나가는 사진만 수만번 본것같아...
그리고 오늘 새벽. 일찍 가게를 가봤어.
차로는 갈수가 없어서 사잇길로 오도방구 타고 갔지...
결과는..이미 가게 안은 난장판이었고 물이 대충 1.5m는 차오른
상태로 그 무거운 진열장이 듕둥 떠다니다가 가게 물이 빠지면서
이미 폐허가 되었더라.
아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고 너무 멘탈이 무너져서...바라만 보다가
돌아왔어...
그리고 집에 다시 오다가 문득 포기하지말자 싶어서 다시
가게로 향했고 친구와 같이 장비들을 빼내고 깨끗한 물로 씻어냈어
될리가 없다.
이미 기계는 망가졌다고 주변 분들이 이야기 했지만
일단 닦았어....
흙탕물로 마르는것 보단 그나마 일말의 희망이라도 갖고싶었거든
그렇게 다 하고 집에 오니...참 허무하다 ㅎ
어머니는 계속 우신것 같고...주변 친인척 지인들이 계속 전화오고
웃으면서 어쩔수 없다고 이야기는 하면서 통화했지만
나는 한달만에 두번을 망했다보니 이정도면 누가 못살게
고사를 지내는 건가 싶더라
그래서 이미 빚이 있지만 다시 빚을 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나때문에 밤잠 설치실 부모님
걱정이 되도 표현하기 어려울 임신한 아내
난 그들을 힘들게 하기 싫어.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 하지 않을꺼야.
그냥 액땜했다 치자고 그렇게 믿고 그렇게 다시 시작할꺼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속 시원히 웃으며 과거의 추억 정도로
이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
어디 속마음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푸념좀 했다 ㅎ
굉장히 불행한데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사람들도
많을꺼야
난 그나마 낫다 라고 믿고 속이고 합리화 하기로 했다!
출처: 바이크 갤러리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