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두 미국살다 한국들어와서 느낀점들.txt
0
398
0
2022.05.22
다음 페이지
이전 페이지
개드립에 글 보고 나도 이런저런 느낀점 재미로 보라구.
난 중학교때 IMF로 가족과 뉴욕으로 이민을 가서 쭉 거기서 살았구, 그러다 미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변호사질하다 잠시 일때문에 돌아왔어.
그동안 한국은 친척 결혼식이나 장례식때나 급하게 잠깐 들어오곤 했지만 한국사회가 어떤지 느낄 기회는 없었구, 그냥 인터넷 뉴스나 커뮤니티글 (한국 인터넷 유머때문에...) 가끔 보면서 고국소식을 접해왔어.
이번에 몇달 지내며 일을 하게되서 다시 들어와서 이것저것 느낀점이야.
1. 한국은 확실한 선진국. 내가 가본 나라중에서 서민들이 이만큼 삶의 질을 누리는 나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독일 일본 정도고 영국, 프랑스는 이미 제쳤음. 대중교통, 음식점, 편의점같은 인프라는 말할것도 없고 한국식 아파트만큼 좀 흉물스럽지만 효율적이고 살기 좋은 거주환경 찾기 힘듬. 돈 만지는 사람들도 정말 많은듯. 판교에서 직장인들이 2만원짜리 칵테일 거리낌없이 시켜마시는거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2. 의료 인프라와 접근성은 역시 좋음. 특히 예약없이 그냥 walk-in해서 금방 결과 나오는건 참 편한듯. 미국에선 건강검진 받는것도 귀찮아서 안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정말 큰 장점... 근데 확실히 좀 공장처럼 효율과 공공성에 최적화 된 느낌이고 미국의 의료수준이 A라면 한국은 B+인 느낌?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들은 결국 아직도 미국이나 독일에서 가져오는게 많음.
3. 생활물가는 미국 대도시나 런던이랑 별로 큰 차이가 없는듯. 특히 집값이 이젠 맨하탄 수준이고, 한국이 서비스가 싸다면 미국은 식료품과 가전제품이 더 싸고 이런식임.
4. 손재주 좋은 숨겨진 장인이 많고 실력에 비해서 정말 쌈. 뉴욕에선 내 맘에 들게 양복 한 벌 수선하는게 일주일에 300불이 드는데 여기선 이틀에 5만원.
5. 지하철에서보면 사람들 어디서나 정말 유튜브 많이 봄. 국뽕 유튜브만 보는 사람들도 있고 ㅇㄱㄸ계열 유튜브만 보는 사람도 있고. 좁은 나라에서 부대끼고 살면서도 모두들 자기 세상에 갖혀있는 느낌.
6. 무조건 목소리 큰 놈이 이기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물어뜯긴다라는 생각이 있는거같음. 회사에서나 밖에서나 친절하지않고 억지 부리는 사람들이 많음.
7. 6번때문인지 불리하면 목소리부터 높임. 일단 갈등이 생기면 변명(거짓말) -> 억지 -> 화냄 -> 못이기는척 해주는 경우가 자주 있음. 신용중시하는 사회에서 있다오면 이게 좀 적응 안된다...
8. 토론문화가 없음. 전문가 의견을 잘 안 들음. 대화하면 상대방이 내가 말하는걸 안듣고 다음에 자기가 무슨 말을할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음. 회사일은 아무리 근거가 부족하고 이상해도 결국 윗사람이 하자는대로 밑에 사람들이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음. (이래서 기업에서 혁신이 잘 안 나오는거 같음)
9. 뭐가 안 풀리면 방향을 바꾸거나 다시 생각해보기보단 될때까지 사람들을 갈아넣는거에 익숙한 문화인거같음. 여기서 기업자문하면서 due diligence (실사)라는걸 한적이 있는데 OPT없이 대충 조악하게 스캔한 계약서들을 꾸역꾸역 읽고 정리하는거에 시껍함.
10. 팍팍하고 불친절하다 느끼다가도 얼굴 트게되면 정 많고 츤데레인 사람들이 많아 좋음. 처음 온 숙소가 에어컨이 없어서 고생했는데 경비실 아저씨들 세명이 귀찮아 하면서도 와서 도와주고 꼼꼼히 바람이 새는곳이 없는지 체크하고 가고 그러드라 ㅋㅋ
11. 서로 돈얘기 정말 많이 하고 은근 비교하거나 대놓고 비교 잘함. XX씨 미국 로펌은 얼마 준다던데 집 한채 안사셨어요? 하는 얘기들을 서스럼없이 함.
12. 공동체 문화라서 그런지 남 얘기 많이 하고 소문 잘 퍼짐. 난 밝은 빛이나 해를 보면 재채기를 하는 게 있어서 밖에 나가면 선글라스를 자주 쓰는데 어느새 내가 회사사람들에게 자기 잘난멋에 사는 그 검머외 XX씨라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더라…
13. 언론 윤리의식이나 수준이 낮음. 외신 안읽고 국제정세를 논하는 기자들이 많은거 같고 특히 통계를 잘못 해석하거나 입맛에 맞게 조작하는 경우가 많음.
14. 젠더갈등은 진짜 심한거같음. 근데 여자나 남자나 어렸을때부터 억울할것들이 있어서 대화가 안되는 느낌. 그리고 심할정도로 보수적이거나 뒤틀어진 성관념 가진 남자도 은근 많은듯.
15. 나같은 검머외는 싫어하지만 미국은 참 좋아함. 마블 영화도 그렇고 뉴욕에 있는 Magnolia Bakery, Shake Shack, Haal Guys 등등 왠만한식당은 이미 다 서울에 들어온 느낌.
16. 별로 챙기고싶지 않은 경조사가 너무 많아서 피곤함. 근데 이게 한국식 네트워킹이라 생각하고 적응하려는중.
17. 맛있는 음식이 널렸고 특히 해산물, 굴이 풍부해서 너무 좋음. 뉴욕에선 전세계 음식을 먹을수있다는 점이 매력이였는데 한국도 만만치않네. 라틴아메리카 음식이나 잘구운 양고기 스테이크 같은게 가끔 땡기긴 하는데 한국에서 더 잘먹고 다니는거같음.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