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고 있었는데,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Cancel

이슈/유머[1555]
홈 > 헉 짤 > 이슈/유머
이슈/유머

집을 고치고 있었는데,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0 179 0

제가 월세를 주는 집이 있는데, 세입자가 나간 기회를 타서 유지보수를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오늘 온수기를 유지보수 하고 있었습니다. 미지근한 온수의 설정 온도를 높이고, 온수기 수조에 삽입된 희생양극(犧牲陽極)을 교체합니다. 희생양극 교체를 위해 온수기의 물을 비우고 있었지요.

그런데 온수기에 밑에 배관회사에서 받쳐놓은 집수조의 구조적 문제점을 오늘 발견했습니다. 이 집수조는 언젠가 온수기가 오래되어 삭아 구멍이 생기는 고장이 발생할 때,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물이 집 바닥을 푹 적시고 목조 주택의 바닥기초 합판이 썩지 않도록 모아서 배수하는 집수조입니다.

이슈유머걸그룹kpop헉짤 집을 고치고 있었는데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1번 이미지

배수 파이프가 집수조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어서, 배수한 뒤에도 2cm정도 깊이로 물이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면 집수조 위에 곧장 올려놓은 온수기 바닥 철판을 녹슬게 하는 문제가 있지요.

그래서 온수기를 들어올리고 그 밑에 4cm 높이로 방부목으로 괴어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밑에 2cm 깊이로 배수되고 남은 물이 있어도 온수기 바닥은 물에 닿지 않지요.

작업 전 사진은 없고 아래 사진은 작업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온수기는 좁은 온수기실에 들어가 있는데, 사진 뒷편에도 방부목을 2개 괴어야 합니다. 온수기 옆으로는 홀쭉한 사람 1명이 간신히 통과할 정도의 간격이 있습니다.

이슈유머걸그룹kpop헉짤 집을 고치고 있었는데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2번 이미지

제가 그 뒤에 들어가서 50kg쯤 되는 온수기를 이리저리 들어서 각목을 넣어야 합니다. 온수기는 처음에는 각목이 없이 집수조 바닥에 바싹 붙어 있습니다. 그것을 이쪽으로 기울이고, 저쪽으로 기울이는 틈을 타서 그 밑에 손가락을 넣고 들어올린 후, 각목을 괴어줘야 합니다. 완성 후 사진으로 재현하면 이렇습니다.

이슈유머걸그룹kpop헉짤 집을 고치고 있었는데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3번 이미지

온수기를 뒤뚱 뒤뚱 기울이며, 처음에는 아주 얇은 각목을 쑤셔넣은 후 손가락을 넣을 틈을 봐서 작업하는 사이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가락이 온수기 밑에 끼고, 손이 밑에 껴서 내가 온수기 윗쪽을 밀어서 기울일 수 없고, 좁은 온수기실에서 내가 자세가 나빠서 힘을 제대로 못 발휘하면 온수기 밑에 낀 손가락을 빼낼 방법이 없을텐데."

온수기실의 좁은 공간 뒤에 들어가서 일하는 중이라서 핸드폰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나쁘게도 이 집은 세입자가 없는 월세 집이라서 새로 세입자가 생길 때까지는 누가 올 일도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 집사람은 오늘 집을 떠나서 여행을 갔고요. 즉, 이 집에 누가 와서 온수기에서 손가락을 빼내지 못하는 저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고, 제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뭔가 잘못된 것을 의심할 사람(=집사람)도 며칠동안 없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읽은 이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abc 뉴스 - 한 남자가 어떻게 자기 팔을 톱으로 스스로 절단해서 생명을 구했는지 이야기하다.

Man Tells How He Saved His Life by Amputating Own Arm With Saw

https://abcnews.go.com/Health/jonathan-metz-connecticut-man-trapped-furnace-amputated-arm/story?id=10921443

이 사람은 혼자 집 지하실에서 히터를 고치다가 장치가 기울어져서 팔이 끼었는데, 혼자서는 빼내지 못하고 집에 아무도 올 일이 없었기 때문에 12시간동안 출혈에 시달리다가, 옆에 있는 전기톱으로 스스로 팔을 자르고 나왔다고 합니다.

혼자 무리하게 작업하는 것은 이래서 위험하구나 생각하고, 작업은 해야겠길래 (도와달라고 부를 집사람이 없으니), 온수기실에서 나와서 핸드폰을 손에 쥐고 다시 좁은 온수기 뒤로 돌아가서 작업을 계속해서 완료했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적어도 핸드폰으로 구조 요청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오늘과 같은 잠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산업계의 각종 안전수칙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중 한가지 수칙인 "2인 이상이 확인해 가며 작업할 것"을 지키지 않으면 제가 오늘 혼자 들어가서 낑낑대며 작업하다가 손가락이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게 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왜 그런 수칙이 나왔는지 이유를 안다면 조금 더 위험도가 높은 상태로 작업하면서도 위험도를 조금 낮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2인이 작업할 수 없을 때 핸드폰이라도 가지고 들어가서 비상사태가 생기면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걸어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하는 일에 완전히 통달해있지 않다면 안전 수칙은 어기지 않아야 합니다.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455759?type=recommend

댓글[0]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