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2의 제곱 얘기지만 밑에 수학잘해서 피자받은 글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때는 제가 스무살이었던 2000년,
막 연애를 시작해서 둘이 알콩달콩 여기저기 데이트를 다니던 때입니다.
어릴때라 돈도없고 구경만 자주 다녔는데 그날은 종로 인사동에 갔거든요
별의별 먹거리가 잔뜩 있는데 그중 하나가 꿀타래라고 설탕인지 엿당 덩어리를 면뽑듯이 쳐대서 실같이 만들어 뭉치는 간식거리가 인기였습니다.
다 만든걸 매대에 내놓고 파는게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특이하게 한번 치댈때마다 마이크에 대고 "자 보십쇼 이 덩어리를 이렇게 하면 이제 2가닥이 되고.. 4가닥.. 또 하면 8가닥.." 이런식으로
2배수로 줄이 늘어나며 얇아지는걸 말로 설명하며 퍼포먼스로 보여줬어요
저는 당시도 그렇지만 2의 제곱에는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에 아저씨가 한번 치댈때마다
여자친구에게 이제 1024가닥.. 이번엔 2048가닥이야.. 이렇게 아저씨보다 먼저 얘길 했는데
직원 아저씨가 그걸 듣더니 갑자기 배틀을 신청하더라구요 ㅋ
한번 누가 더 큰 수까지 계속 말할수 있는지 겨뤄보자는겁니다. 이기면 꿀타래 공짜로 준다고
손해볼게 없어서 저는 자신있게 콜 했고 아저씨가 4096을 외치면 저는 8192를 바로 외치는 식으로 주거니받거니 했는데 주위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어서 막 환호를 해줬습니다.
놀랍게도 아저씨가 이런 배틀에 상당히 익숙하신지 52만까지는 따라오셨는데 저는 32비트 꽉채운 1677만까지는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손쉽게 이겼어요 ㅎㅎㅎ
꿀타래 엄청 받아서 나오는데 아저씨가 "아 학생 어디 학교다녀?"라고 물어봤는데
"xx공대요" 라고 하니까 "아 내가 지금껏 무패였는데 공대생은 못이기겠네 ㅋㅋ" 라고 하셔서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재밌었던 기억입니다.
공짜로 뭔가 받아서 먹은거지만 웬지 멋진 남자친구가 된것 같고 가게도 손님몰이에 흥행한것 같아서 미안하거나 그렇지않고 넘 좋았어요.
지금도 인사동가면 있을것 같긴한데 배틀 퍼포먼스 아직 하는지 모르겠네요. 자신있는데 말이죠 ㅋㅋㅋ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478696?type=recomm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