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 수술로 집안이 휘청했습니다
0
71
0
24.10.31
다음 페이지
이전 페이지
즐겨찾기 / RSS 구독 / 12월 25일(수)
초5 막내아들녀석이 병원에 입원해서 아데노이드 수술을 했습니다.
원래는 대단치않은 수술이라고해서 맘을 쓰지않고 있었는데
작년에 수술전 검사를 받다가 혈액응고가 너무 늦는다고 수술불가 판정을 받고
3개월 후에 다시 검사, 다시 또 불가판정 받기를 네다섯번해서 이번에 겨우 수술을 했네요.
괜찮아보이던 와이프도 계속 수술이 안된다고 하니까 걱정이 늘어서
요며칠 사이에는 노심초사 잠도 잘 못자고 온몸에 통증이 돌아서 신경질적이 됐습니다.
수술 전날인 엊그제는 급기야 10년만에 부부싸움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좋았습니다.
(사실 부부싸움이라기보다는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치열하게 리마인드하는 ㅋㅋ)
집사람은 병원에 1인실 밖에 없다고 한다고 전부 비급여 처리에 실손도 안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돈 걱정을 하고 출혈 문제 생기면 어쩔까, 수술전 금식은 애가 버틸수 있을까.. 통증은 어떻게 가라앉힐지.. 입원이 하루 더해지면 200만원은 우습게 나올거라며 있는걱정 없는걱정을 해댔고
첫째 고교배정 같이 원래 예정돼있던 일들에도 걱정 또 걱정이어서 제발 걱정 좀 그만해라 하다가 왤케 사람이 애정이 없냐며 옥신각신 한참 말로 싸웠네요 ㅋ
결론은 입원 당일에 2인실 자리가 났고 수술도 경과가 좋아서 수술비 포함 입원비까지 27만원?정도 나오고 말았습니다. 아이도 보란듯이 팔팔하게 회복하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자기 이뻐한다며 활짝 웃어서 걱정한 게 무색하게 만사가 잘 풀렸어요.
지금은 집에 네식구가 간만에 모여서 저녁먹고 미뤄뒀던 흑백요리사 보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으네요.
오늘 아침만 해도 저도 좀 쫄아서 수술장 들어가는 애한테 전화해서 "힘내라 아빠는 우리 아들 장하게 수술 잘 받고 얼른 나을거라고 믿어, 쪼금 아파도 잘 견디고 진짜 맛있는거 배터지게 먹으러가자" 이랬는데
나중에 얘기들어보니까 주변에서 아침에 줄줄이 전화했다더라구요. 첫째는 누나라고 학교가서 선생님 몰래 나와서 동생한테 전화하고 할아버지랑 친구들도 전화했다하고..
그래선지 아니면 초5쯤 되니까 그런지.. 아니면 아들이라 그런지 애들이 어른 생각보다 훨씬 다부지고 의젓하네요. 밥도 잘먹고 아픈 기색도 없이 학교 쉬는것에 신나고 들뜬 느낌마저 듭니다.
애들 엄마도 덩달아 언제 그랬냐는듯 활짝 웃고 tv 보며 박수치고..
이번 수술 이벤트를 기다리며 근 한달을 집안 분위기가 천당 지옥을 오갔는데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네요,
애들이 좀만 더 크면 이것도 다 추억일것 같습니다 ㅎㅎ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830633?type=recomm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