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주 여행기 (完)
마지막 밤 그냥 보내기도 아쉽고, 저번 후쿠오카 방문 때 모츠나베를 먹었던 이자카야에 다시 한 번 갔습니다. 옆에 계시던 손님들이랑 얘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먹고 했네요. 한 분은 카메라 감독님이신데, 한국 영화에 정말 관심이 많으셔서 대화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송강호를 너무나도 좋아하신대요.
갑자기 대화 주제가 한국으로 빠져서, 사장님이 유튜브로 한국 관련 영상을 막 틀어주셔서 그거 보면서도 얘기 나눴습니다.
일본인의 한국여행 vlog도 봤는데 잘 가는 닭한마리집이 나와서 반가웠네요. 귀국한 후 주말에 생각나서 가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특히 외국인) 못 먹었습니다...
너무 떠들썩하게 놀아서 그런지, 마지막 날의 아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카스 강을 따라 예약한 캡슐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쓸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후쿠오카에 정말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고 느낀게, 호텔 엘리베이터도 한국 사람과 같이 타고, 앞에 체크인 하시는 분도 한국 분이시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아침에 너무나도 찰진 씨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습니다.
요즘 씨발 정도는 전세계 공용어 수준이라던데 좀 조심해주세요...
마지막날은 선물 사느라 정신 없이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 왔습니다.
공항 버스에서는 아직도 뜬금없는 운동 유튜브 영상을 틀어주고 있더라구요.
약 40일동안 알차게 잘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이런데도 아직 발을 딛기는 커녕 지나치지도 못한 현이 7개나 (야마나시, 와카야마, 미에, 에히메, 고치, 토쿠시마, 오키나와) 있는거 보면, 일본이 정말 넓긴 한 것 같네요. 전국 완전 일주라고 하려면 적어도 60일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여행 예산은 총 550 정도 사용했네요. 항공료로 30, JR 패스로 100, 나머지 숙박비 + 식비 등 420 정도 사용했습니다. 처음 계획 세울 때 하루에 숙박비 포함 만엔으로 예산 잡았었는데 얼추 맞은 듯 하네요.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사용했는데, 정말 편하게 다녔습니다.
짐은 10kg 정도 되는 배낭에, 보조 가방(크로스백) 하나 가지고 다녔습니다. 별 생각 없이 보호대도 안 차고 다녔는데, 막판에는 무릎에 무리가 가는게 느껴져서 보호대를 사서 차고 다녔네요. 장기 배낭여행에 무릎/발목 보호대는 필수인 듯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대략적인 계획만 짜 놓고 다녔습니다. 초반에는 숙소 잡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는데, 중후반부 벚꽃시즌 되니까 점점 숙소 잡기가 어려워지더라구요. 지금 보니 도호쿠 지방 돌고 내려오면서 시즈오카에 숙소가 없어 도야마 방면으로 먼저 빠진 것, 도쿄와 후쿠오카 귀국편 가격 차이가 많이 나 마지막 행선지를 후쿠오카로 한 것 빼면 거의 동일한 것 같네요. 신칸센이 다니는 곳이면 이동 제약이 훨씬 줄어드니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교통이 불편한 산요-산인 지방 같은 경우는 3~4일 미리 숙소를 잡고 돌아다녔습니다.
숙소는 아고다랑 자란넷으로 예약했는데, 주로 아고다로 예약했습니다. 초반에는 프리미엄급 비즈호 (JR INN 등) 도 5~6천엔에 예약이 가능해 많이 이용했는데, 뒤로 갈 수록 숙소 가격이 오르더라구요. 그러다보니 토요코인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회원이면 10% 할인도 해주고, 10박 숙박하면 1박은 가격 상관 없이 무료로 해주는 점이 좋더라구요. 꽤 괜찮은 퀄리티의 조식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대부분 후쿠시마산 식재료겠지만 말이죠)이 가장 좋았습니다. 늦게 체크인 하는 경우 등에는 캡슐 호텔을 주로 이용했어요.
꽤 오랜 기간 혼자 여행해야하다보니 외로울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도 만나고, 기차 안에서 혼자 사색하며 나를 돌아보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달 여행으로 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대하는 방향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여행이 끝났을 때보다 여행기를 완결하려니 더 아쉬운 것 같네요. 그래도 가끔 생각나거나 힘든 일 있을 때, 여행기 기록 보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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